국제 유가가 3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내리면서 9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만에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날 소폭 상승했던 두바이유도 4% 넘게 급락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원유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14달러(1.62%) 하락한 배럴당 6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WTI가 70달러선을 밑돈 것은 작년 12월 13일(69.47달러)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도 전장 대비 1.05달러(1.42%) 내린 배럴당 72.70달러에 마감돼 작년 6월 27일(72.26달러) 이후 가장 낮았다.
양대 유종(WTI·브렌트유)과 시차가 있는 두바이유도 이날 4% 넘게 급락했다. 두바이유는 전장 대비 3.22달러(4.2%) 내린 73.4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두바이유는 거래 시간 차이 때문에 뉴욕의 유가 흐름을 하루 늦게 반영한다.
유가가 3거래일 연속 급락한 데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이날 미 노동부가 공개한 7월 구인 건수(job openings)는 767만3000건으로 전월 대비 23만7000건(약 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 제조업 지수가 기대를 밑돈 데 이어 구인 건수까지 저점을 기록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미국 경기 침체 공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오펙 플러스)는 다음 달로 계획했던 증산(감산 완화)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리비아 분쟁 종식, OPEC+ 공급 증가 전망 등으로 석유 시장의 심리가 약해진 데 대한 조치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