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기온의 무더위를 기록하며 전력 수요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8월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평균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전기요금이 5만원 이상 오른 가구는 모두 113만호, 이 가운데 10만원 이상 오른 고지서를 받게 될 가구는 38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양의 전기를 썼을 때 가구당 내야 하는 요금은 미국·일본·독일 등이 우리나라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폭염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커졌지만, 아직도 주요국과 비교해선 전기요금 자체는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다섯째로 싼 수준이다.
◇작년보다 사용량 9% 증가, 요금 평균 7520원 올라
한국전력은 9일 지난달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작년 같은 달보다 9% 증가한 363kWh(킬로와트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8월 최대 규모로, 주택 1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작년보다 7520원(13%) 오른 6만3610원으로 추정됐다. 작년 5월 요금 인상 후 주택용 전기요금은 1년 넘게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누진제에 따라 사용량 증가폭과 비교해 요금이 더 크게 올랐다. 현재 여름철(7~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300kWh와 450kWh를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눠 기본요금과 단가가 오르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작년 8월보다 올 8월에 전기 요금이 증가한 가구는 76%인 1922만 가구, 지난해와 같은 가구는 1%인 31만 가구, 오히려 요금이 줄어든 가구는 23%인 569만 가구로 파악됐다. 불볕더위에도 전기 사용량을 유지하거나 줄인 가구가 4분의 1에 달하기도 했다.
요금이 증가한 가구의 평균 증가액은 약 1만7000원이었지만 38만 가구는 10만원 이상, 75만 가구는 5만~10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3만~5만원은 126만 가구였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 수준인 1683만 가구(67%)는 증가폭이 3만원에 못 미쳤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 집계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치”라며 “최종적인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이달 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처럼 쓰면 독일에선 3배, 미·일 2배 내야
지난달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만큼을 다른 나라에서 썼다면, 한 달 전기요금으로만 우리의 2~3배인 10만~20만원을 내야 한다. 한전이 일본의 도쿄전력, 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 미국의 SCE(남캘리포니아에디슨) 등 주요국 전력 판매업체들의 요금제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일본은 우리의 두 배가 넘는 13만5625원을 내야 하고, 프랑스도 14만8057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5배에 달하는 15만9166원, 독일은 3배 수준인 18만3717원까지 한 달에 내야 하는 전기요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1kWh당 172.4원으로 148국 중 77위였다. 독일(532.3원), 일본(284.4원), 미국(213.2원) 등 해외 주요국 대부분은 우리나라보다 전기 요금이 비쌌고, OECD에선 캐나다(81위), 헝가리(91위), 멕시코(92위), 튀르키예(122위)만 주택용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쌌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다른 물가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전기요금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1인당 월평균 통신 요금은 지난달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과 비슷한 6만5000원에 이른다.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다른 나라 소비자와 비교해 전기를 많이 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1인당 냉방용 전기 수요는 148.4kWh로 우리와 기후가 비슷한 일본(103.6kWh)의 1.4배에 달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여름 온 가족이 에어컨과 선풍기는 물론 조명과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는 데 쓴 전기요금이 구성원 한 명의 통신요금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며 “요금이 계속 동결되면서 제대로 된 가격 신호를 못 보내는 것도 사용량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