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986년 판매한 가정용 전자레인지가 38년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삼성 품에 돌아왔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김규원 서울대 약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에 38년간 사용해온 삼성전자 전자레인지를 기증했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항암 연구 권위자로, 2005년 삼성 호암상(의학분야)을 수상했다.
기증품은 삼성전자의 클래식 컬렉션 제품으로, 1986년에 수출형으로 만들어진 MW5500 모델이다. 우드 캐비닛 디자인으로 중후한 멋을 뽐내며, 미국 시장에서 선호하던 버튼식 작동 방식이다.
김 교수는 1986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마트에서 이 전자레인지를 구매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일제 아니면 미제였다”며 “백화점과 마트를 돌아다니다 삼성 로고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전자레인지를 바로 구입했다”고 떠올렸다.
김 교수는 바쁜 연구 생활 중에도 전자레인지 덕분에 끼니를 챙겨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연구하느라 학교 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아내도 몸이 안 좋아서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워서 먹었다”며 “40년 동안 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호암상을 수상하는데도 이 전자레인지가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38년 동안 아무런 고장 없이 잘 썼다”며 “(전자레인지) 안의 전구도 한 번도 안 갈 정도로 고장이 없는 걸 보고 아내와 ‘이건 정말 참 잘 만든 거다. 이 제품을 그 당시에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명품으로 만들었구나’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제품을 오랫동안 고장 없이 사용한 비결에 대해 “전자레인지를 단순한 가전제품 이상으로 여기며 마치 화초나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듯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아내와 전자레인지를 40년간 사용한 뒤 SIM에 기증하려고 했던 김 교수는 2022년 말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자레인지를 예정보다 일찍 기증하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전자레인지 외에도 TV, 냉장고, 핸드폰 등 다양한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가전업계 리더인 삼성전자의 제품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