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비용 절감에 돌입한 SK그룹이 고강도 인적 구조 조정에 나선다. 사업의 핵심 축인 정유 분야를 중심으로 일부 계열사에선 임원 다섯 명 중 한 명(20%)이 감축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력 사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인력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재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SK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12일 “그룹 전체적으로 200여 계열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인력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구체적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석유·화학 등 일부 계열사에선 임원 감축 규모가 20%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와 통신이 사업의 두 축인 SK그룹은 그간 소재·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현재 생존 위기에 봉착했다.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부채가 51조원에 달하는 등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진 상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해외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로이터는 12일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은 약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에서만 감원 규모가 1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은 26만7860명으로, 절반 이상인 14만7104명이 해외에 근무하고 있다.

이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불황, 스마트폰 및 가전 사업의 정체로 회사가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시작됐다. 로이터도 “세계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에 대비한 인력 감축”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선 이 같은 여파가 국내로도 이어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해외 인력 조정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며 “국내는 현재 공채를 진행 중이고 매년 반도체 중심으로 인력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