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5층, 57m 깊이의 경인 아라뱃길 해저터널의 송전선로. 한전 인천지역본부는 이 송전 시설을 통해 수도권 전력의 42%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전력

송전선로 건설은 시간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특히 땅 밑으로 지나가는 지중 선로 건설은 지하철 공사만큼 규모가 커 초고압 선로 1km를 건설하는 데 수백억원이 든다.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철로 옆이나 통신망 옆으로 송배전망을 건설하는 식의 묘책도 나오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500kV(킬로볼트) 초고압 송전선로를 건설할 경우, 지상선로는 1km당 61억원, 지중(地中)선로는 257억원이 든다. 2025년 6월을 준공 목표로 건설 중인 500kV 동해안~신가평 HVDC(초고압직류송전) 송전선로의 경우, 51km는 지중, 229km는 지상선로인데, 최소한으로 계산해도 선로를 까는 데에만 4조2000억원이 넘게 드는 것이다. 주로 쓰이는 345kV 송전선로의 경우에도 1km당 지상선로 32억2000만원, 지중선로 258억원이 든다. 이 외에도 변전소 한 곳을 짓는 데 평균 257억~6422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최대 십수 년간 지연되고, 각종 자재와 인건비도 치솟으며 당초 예상보다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게 다반사다.

그래픽=김성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은 송배전망을 빠르게, 추가 비용을 줄이며 깔기 위한 다양한 묘수를 쏟아내고 있다. 미 아이오와주(州)에선 최근 메이슨시티에서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잇는 350마일(약 563㎞)의 송전선로를 철도를 따라 지하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있던 철도를 따라 지어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여 건설 지연을 막겠다는 취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선 고속도로 옆에, 미국 미네소타주에선 통신망 옆에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