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찾은 중국 항저우 플라이주(Flyzoo) 호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이 만든 ‘미래형 호텔’이다. 이곳에선 카드키가 필요가 없었다. 체크인을 할 때 얼굴을 등록하면 얼굴이 곧 카드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안에 있는 카메라가 얼굴을 비췄고, 곧장 투숙하고 있는 방의 층이 눌러졌다. 방 문 앞에서도 얼굴을 인식하면 문이 열리는 식이었다. 조식 뷔페에서도 투숙 확인을 얼굴로 했다. 물, 수건 등을 요청하면 로봇이 방 앞까지 배달을 했다.
알리바바는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짝퉁, 저렴한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그룹인 알리바바그룹을 전체적으로 보면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었다.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등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3위까지 올라선 알리바바 AI
알리바바그룹의 본사가 있는 항저우 시시캠퍼스에는 로봇 경찰이 돌아다닌다. 캠퍼스 곳곳을 순찰하는 게 임무다. 방문 허가가 없는 사람이 캠퍼스에 진입하면 감지해 보안팀에 알린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누군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로봇 경찰이 보안센터에 신고한다”며 “신고를 받은 보안센터는 1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얼굴 인식 기술 등이 바탕이 돼 캠퍼스 순찰 업무를 로봇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캠퍼스 곳곳에는 얼굴 인식으로 결제를 하는 자판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얼굴을 인식하면 자판기 문이 열리고, 원하는 물건을 꺼내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식이었다.
알리바바는 AI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AI 모델은 글로벌 3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7월 챗봇 평가 기관인 슈퍼클루의 집계를 보도했다. 알리바바의 AI 모델 큐원2가 오픈 AI의 GPT-4o, 앤트로픽 클로드 3.5소네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지난달 26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AI에 대한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 투자로 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중국 AI의 경쟁력 중심에 알리바바가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AI와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를 벌이고 있다. 알리바바가 올해 상반기에 AI 모델 훈련과 AI 기반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프로세서 구매에 4조원을 쏟아부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알리바바는 상반기 AI 관련 제품 매출이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I로 국경 넘어 전자상거래 장악하는 알리
알리바바는 그룹의 모태 사업인 전자상거래 분야에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I로 언어 장벽, 인재 부족, 복잡한 컴플라이언스, 중소기업의 한계 등을 뛰어넘게 하겠다는 포부다. 카이푸 장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디지털 커머스 그룹 부사장은 “50만명의 판매자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개발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AI 사용 건수가 5000만회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1억개의 제품을 AI를 통해 최적화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AI는 언어 장벽을 넘는 데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판매자를 대신해 제목과 사진의 내용을 현지 언어로 바꾸는 식이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현재 20여개 언어가 가능하다”며 “AI를 통해 상품을 불과 몇 초 만에 번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옷만 덩그러니 있는 사진을 올려도 AI가 현지 시장의 대표적인 이미지의 사람이 입고 있는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각 국의 모델을 직접 섭외하는 수고와 비용을 들이지 않고 AI로 모델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장 부사장은 “소기업이 모델을 구하는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AI 서비스를 한국에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B2B 플랫폼인 알리바바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상품 업로드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1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