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정밀 등 ㈜영풍의 주주들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윤범(왼쪽)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조선일보 DB

18일 오후 고려아연, 영풍 및 영풍정밀 주주들은 이번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 추진을 위법 및 부당한 작업으로 규정하고 책임 추궁을 위해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회계장부 열람등사,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등 다양한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MBK측이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개매수는 명백하게 영풍 측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1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 놓고 보더라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적대적 M&A설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자, 법적 대응으로 맞받았다.

고려아연을 포함한 일부 영풍 주주들이 영풍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영풍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왔다. 70여 년간 두 집안의 동업 관계가 이어졌는데, 장씨와 최씨 각각 상대방이 운영하는 기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며 동업을 유지해왔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하고 있는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영풍 등 장씨 일가(지분 약 33%)인 동시에, ㈜영풍의 주요 주주로 최씨 일가가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장씨 측이 MBK와 손잡고 약 14% 지분 추가 공개 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자, 최씨 측은 ㈜영풍 주주로서 장씨 측이 주도한 공개매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장형진 고문을 포함한 영풍 이사 및 경영진을 포함해 이번 공개매수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를 위한 이른바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영풍은 회사 차원에서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MBK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결국 영풍 전체 주주들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영풍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산업 재해와 환경 문제로 경영이 크게 악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표이사 2명이 전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하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정당한 경영판단을 거치지 않아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