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해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국가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MBK와 영풍에 반기를 들면서 최윤범 회장과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자 MBK 측도 반박 입장을 내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울산에서 운영 중인 온산제련소의 모습. /고려아연

◇고려아연 사외이사 “투기자본 결탁한 적대적 M&A 시도”

21일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입장문을 내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반대하며,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국가 기간 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이차전지 배터리 공급망의 원소재 핵심 기업인 고려아연을 노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라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은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정도 경영을 해왔다”며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것에 대해 주주들의 이익 관점에서 사외이사 전원 합의로 반대한다”고 했다.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MBK에 대해선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이라고 규정했다. 사외이사들은 “사모펀드의 속성상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핵심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단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면 고려아연의 구성원과 지역사회 및 이해 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영풍에 대해 “ESG 리스크와 대규모 적자로 독자적인 생존 능력도 없고 고려아연의 경쟁력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며 “최근 중대재해 사고로 대표이사 2명 전원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전혀 없는 지경에 이른 데다, 환경오염 사고로 인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과 2심을 모두 패소하는 등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주주들에게는 “투기자본과 결탁한 영풍의 이번 적대적 인수 시도에도 현 경영진들이 꿋꿋하게 고려아연을 지켜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가진 독보적인 역량과 리더십을 지지하며,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도록 감시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MBK “이사회 이미 훼손” 즉각 반박

MBK 측도 곧바로 반박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이사회 기능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MBK는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다”며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으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중 부적절한 인사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사외이사 중 한 명인 K대 교수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한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8개 펀드를 운영하며 출자금 중 90% 이상을 모두 고려아연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혔다. 14.6%를 모두 사들일 경우 대금은 약 2조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