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2024 이화 잡 페어'에서 학생들이 구직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22년엔 삼성그룹이 2026년까지 8만명, SK·LG그룹이 각각 5만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실제 채용 실적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각 그룹이 연간 신규 채용 인원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기준으로 국내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국내에서 정규직으로 신입 직원을 매년 얼마나 채용하는지 알 수 있는 건 ㈜한화, 현대글로비스, 한화솔루션 등 3곳뿐이다. 본지가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여성 채용 비율만 공개하고, 현대차는 계약직까지 포함한 숫자를 밝힌다. LG전자는 해외 사업장의 채용 인원을 합해 1만명을 넘게 뽑았다고 공시하고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정규직을 비정규직과 따로 구분하지 않는 곳이 30곳 중 19곳에 달했다. 이마트의 경우 보고서에서 작년 7321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채용 규모가 수천 명이었던 건 파트타임(PT) 직원 등 계약직까지 포함해 산정했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 인원 중 정규직 신입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해외 채용과 국내 채용을 구분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전체 임직원 수가 6만6418명인데 그해 채용 인원이 1만3808명에 달했다. 전체 임직원의 5분의 1이 신규 직원인 셈인데, 회사 측은 “회사를 쉽게 관두고 또 금방 다시 취업하는 중국 채용 시장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등 해외 사업장 채용까지 반영하면서 연간 채용 숫자가 치솟은 것이다. 현대건설 역시 작년 1467명을 뽑았다고 했지만, 국내와 해외 사업장 인원을 구분하지 않았다.

채용 방식 중 신입 채용과 경력 채용을 구분한 곳은 단 4곳뿐이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작년 채용 인원 중 신입 177명, 경력 302명을 뽑는 등 4곳 모두 경력 채용이 신입 채용보다 많았다. 나머지 기업은 신입·경력을 구분하지 않아 어떤 식으로 채용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