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2024 영남대학교 취업한마당'에서 대학생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 공채 자기소개서의 ‘사회 이슈 중 한 가지를 골라 자신의 견해를 기술하라’ 문항을 1000자 이내로 써줘.”

20일 생성형 AI인 챗GPT에 이같이 입력하자 수초 만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타났다. “최근 가장 중요한 사회 이슈 중 하나는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입니다.(중략)” 철강 사업을 주력으로 최근 양극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포스코가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탄소 배출 감축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답변이었다.

기업과 지원자 간 생성형 AI를 앞세운 ‘창과 방패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원자들은 자소서 작성은 물론 면접 예상 질문, 모의 면접 등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 중이다. 채용 플랫폼 기업 ‘캐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60%가 ‘챗GPT를 활용해 자소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료 버전의 취업 맞춤형 AI도 등장하고 있다. 어떤 AI는 자소서 문항을 택하면, AI가 강조해야 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혁신을 위한 열정’ 등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한다. 또 자소서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출제 가능성이 높은 면접 질문과 답변을 추출해주기도 한다.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전형 과정에 낀 ‘AI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또다시 AI를 활용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이미 삼성 등 대기업들은 AI로 서류 검증은 물론 필기 시험에서 지원자의 문제 해결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SK C&C는 올 하반기부터 지원자의 장점을 AI가 파악해 알려주는 ‘AI 채용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LG와 포스코 등이 도입한 AI 면접도 변별력이 떨어지는 자소서 대신 실제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지원자의 실력을 더 제대로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AI 취업 트렌드가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 취업 시장은 ‘아빠 찬스’ 같은 특혜에 유독 예민한데, AI가 새로운 불공정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원자가 비싼 이용료의 AI를 활용해 취업문을 통과하게 될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