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작년 5월 요금 인상 후 17개월째 동결이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는 송배전망 구축 등 한전의 투자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한전은 부채가 200조원을 웃돌 정도로 재무 상황이 부실하지만, 총선 등 정치 일정과 여름철 성수기 요금 폭탄 등을 우려한 정부의 결정으로 요금 인상이 1년 반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4분기를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이날에도 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 주가는 하루에만 8% 넘게 급락했다. 다만 정부는 4분기 중에도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면 전기 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23일 분기마다 결정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비롯해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등을 동결하며, 4분기 전기요금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주택용의 경우 작년 2분기 인상 이후 6분기 연속 동결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며 한전의 재무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상반기 말 166조원이었던 한전의 부채규모는 올 상반기 203조원으로 늘었고, 하루에 갚는 이자비용은 67억원에서 126억원으로 급증했다.
앞서 에너지 업계에선 한전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4분기에 상당 폭의 전기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안덕근 장관은 지난달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물가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 인상이 무산되면서 이날 한전 주가는 8.43%(1850원) 떨어진 2만100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