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발(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기술 분야 임직원이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며 “핵심 기술인력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함께할 것이며, 영풍·MBK와는 절대로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BK의 경영권 인수를 반대하는 동시에 만약 MBK 측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직(職)을 내려놓겠다는 뜻도 밝힌 것이다.
지난 13일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개시 이후 양측은 여러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고려아연 측의 기자회견은 이날 처음으로 이뤄졌다. MBK·영풍 측은 지난 19일 먼저 한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아니다. 최대주주로서 정당한 경영권 행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아연에서 약 40년 일한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이 나와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 생산거점인 온산제련소장 출신으로,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 분야 최고 임원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저는 분노와 실망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 지금 이곳에는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인력들이 저와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는 50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일구어 온 대한민국의 자존심,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러분께 MBK 파트너스의 적대적 M&A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돈뿐, 절대로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MBK의 손을 잡은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 측의 경영 능력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은 사업 부진으로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된데다 인원 감축까지 진행중”이라며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이룬 것, 따라서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MBK는 고려아연 기자회견 직전인 이날 오전 8시50분쯤 ‘존경하는 고려아연 임직원, 노동조합, 고객사, 협력업체, 주주, 지역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 내고 고용 보장, 울산 지역사회 기여, 고객·협력사 상생, 기간산업 육성 등을 재차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