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보유한 이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경제 안보 등의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MBK가 경영권을 확보해도 훗날 해외 자본 등에 매각하기 어렵게 만드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전문위원회 개최 등 내부 검토 후 절차를 밟아 판정이 나올 예정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고유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 내부에서는 그간 국가핵심기술 신청을 내는 것만으로도 행여 고유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해외 매각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져 결심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해도 해외로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국가핵심기술으로 선정될 경우 이런 시도가 원천봉쇄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과 MBK 간 여론전은 계속되고 있다. MBK와 손잡은 영풍은 25일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최진수 전 대표를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에 관한 투자 결정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정당한 사업 투자이고, 블라인드 펀드 특성상 투자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맞서왔다. 앞서 최윤범 회장 측인 고려아연 계열사 영풍정밀도 지난 20일 영풍·MBK 측 인사 5명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