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이 핵심 기술 인력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들은 "투기 자본인 MBK가 회사를 차지한다면 전원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측이 24일 연 기자회견에서 핵심 기술 인력들이 “MBK가 회사를 차지한다면 세계 1위 기술력 유출은 피할 수 없다”며 “전원 사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사모 펀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를 시작한 이후 고려아연 측의 첫 기자회견이었는데, 비철금속 제련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갖춘 회사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K 측도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핵심 기술 유출이나 중국 매각 가능성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고용을 보장하고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 산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장기간 투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 등 기술 인력 20여 명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 몇천억원짜리 기술도 있고, 그런 기술이 공정마다 수백개 존재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친환경 제련 기술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제련은 석유, 철강과 함께 오염 물질 배출 해결이 핵심 과제인 산업이다. 고려아연은 폐기물이 될 수 있는 아연 제련 잔재물에서 오히려 금, 은 등 돈이 되는 금속을 추가로 뽑아내 거의 100% 자원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재처리 기술을 울산 온산 제련소에 도입해 금속 회수, 잔재 처리를 동시에 달성했다.

한편, 이날 이제중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영풍 석포 제련소의 산업폐기물 문제가 발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석포 제련소 산업폐기물로 인해 낙동강에서 카드뮴, 비소 등이 검출돼 임원들이 구속되자, 장형진 영풍 고문이 폐기물 처리 기술이 있는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에서 명확한 처리 비용 등 계약 없이 폐기물을 처리하려 했고 최윤범 회장이 이를 막자 관계가 틀어졌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것은 고려아연 주주에게 배임, 범죄 행위가 될 수 있어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잔재물 재처리 방법을 논의했을 뿐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 했다’는 고려아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