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시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김성근(맨 왼쪽) 전 프로야구 감독이 동원그룹 목요 세미나 50주년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전 감독은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뜻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설명하며 동원 임직원에게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당부했다. /동원그룹

“이기는 팀은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야구에선 1㎝의 차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그 차이를 찾으려면 리더와 조직원이 한마음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26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82) 전 감독이 동원그룹 임직원 200여 명 앞에서 ‘기업의 혁신과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현장에 오지 못한 임직원 2800여 명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었다. 동원그룹의 사내 세미나인 ‘목요세미나’ 50주년 기념 강연이었다.

동원그룹이 매주 목요일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여는 목요세미나가 이날로 2345회째를 맞았다.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89) 명예회장이 “최선의 복지는 교육이다”라며 1974년 시작한 목요세미나가 반세기를 이어온 것이다.

동원그룹이 50년 동안 임직원 대상 세미나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철 평전에 이렇게 나와 있다. “인재 육성, 고용 창출, 납세. 이 세 가지가 내 삶을 떠받친 철학이었습니다. 젊은 날부터 해외로 다니면서 서러움을 많이 당했고 어떻게든 ‘나라가 잘살아야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내가 맡은 직원들만이라도 인재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 명예회장은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 지 5년 뒤에 목요세미나를 시작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은 처음부터 인문학 강의에 주력했는데, 직원들을 위한 기술 교육은 있었어도, 인문학 강의는 생소하던 시절”이라며 “목요세미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기업 세미나”라고 설명했다.

목요세미나는 한 달에 한 번 명사를 초청한다. 나머지는 각 팀별로 돌아가면서 주제를 선정해 발제를 하거나 회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새로운 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발표로 진행한다. 1974년 국어학자이자 당시 KBS 아나운서실장이었던 전영우씨가 ‘직장인의 자기 계발’이라는 주제로 첫 강연을 했다. 이후 동원그룹 목요세미나에 초청돼 강연을 한 명사들은 김성근 전 감독까지 608명에 달한다.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등 석학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동원그룹 임직원들 앞에서 강연을 했다.

50년을 이어온 목요세미나의 주제를 보면 당대의 화두와 우리 사회의 고민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세미나의 주제는 수출과 외교 등 국가 정책이 중심이었다. 1980년대에는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컴퓨터’, 그리고 ‘냉전과 탈냉전의 국제 정세’가 세미나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후 마케팅, 자기 계발, 인문학 등의 주제가 중심이 되었다가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공감과 소통 등이 주제로 다뤄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목요세미나의 주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며 “임직원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