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MBK·영풍 측에서 영풍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도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와 손을 잡은 것”이라며 “장씨(장형진 영풍 고문)와 최씨(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가문 간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처럼 보여선 안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날 MBK 측이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며 지분 확보 공세를 높이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해외 사모 펀드를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가운데, 이날 영풍 측은 “중국 자본에 매각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중인 강성두 영풍 사장. /뉴스1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은 집안 사람 몇몇이 나눠 경영할 규모를 넘어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는다”며 “MBK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이 무산된 것이 MBK와 연합한 결정적 계기라고 했다. 황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배출되는 위험 물질이다.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는 영풍이 배출한 황산까지 위탁받아 처리해왔는데, 이를 중단하겠다고 하면서 영풍이 더 이상 아연 생산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공개 매수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날 영풍 측 기자회견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투자금 회수라는 투기적 사모 펀드 속성을 고려하면 MBK와 영풍 측이 경영권을 가져가면 핵심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 조정이 이뤄질 게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영풍, 고려아연 양측이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MBK·영풍 측은 앞서 “영풍과 지분 관계로 얽혀 있는 특별 관계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공개 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중 자사주를 사는 건 불법이니 사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카드를 쓸 수 없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고려아연 측이 현금성 자산 등을 통해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설 수 있다. 법원 판단은 이르면 30일 또는 10월 2일 나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