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대못’의 상흔은 신규 원전 건설이 기대에 비해 속도를 못 내는 원인도 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건설 중인 원전조차도 공론화위원회를 거치며 진통을 겪었고, 부지까지 마련된 원전은 전면 백지화되기도 했다. ‘원전 생태계 회복’을 내건 현 정부가 출범하며 원전 건설 가속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신한울 3·4호기도 이달에야 뒤늦게 착공에 들어갔다. 향후 체코·폴란드 등 해외 원전 수주에 나서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도 살아나면 국내 신규 원전 건설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탈원전 이전에 2021~2022년 초에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던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는 최소 내년까지 가동 계획이 미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 중단 여부를 놓고 공론화위원회를 열며 공사를 일시 중단했고, 주 52시간까지 도입하면서 준공 목표는 계속 밀렸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탓에 최근 기자재 납기가 늦어지는 등 변수까지 겹치면서 사업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탈원전 폐기의 상징’으로 불리는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정부 당시 ‘신규 원전 건설 전면 백지화’의 후폭풍으로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은 지 8개월여 만에 건설이 돌연 중단됐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7월에야 사업이 재개되면서, 신청 8년 만인 이달 12일 건설 허가를 받아 착공에 들어갔다. 신한울 1·2호기도 당초 목표보다 5년 넘게 늦은 올 4월에야 가까스로 모두 가동에 들어갔다.
탈원전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는 있지만 여전히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신한울 3·4호기가 모두 준공되려면 2033년은 지나야 하는 데다 그 이후에 더 지어질 신규 원전에 대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5월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2038년까지 대형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더 짓겠다고 했지만 원전 건설 부지를 비롯한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