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화재를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열폭주 억제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온도가 정상 수준을 벗어나면, 소재의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류 흐름을 억제하는 구조다. 실험 결과 모바일용(스마트폰용) 배터리에선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고, 전기차용 배터리에선 30%가량에 불꽃이 발생했지만 수 초 내로 꺼졌다.
LG화학 기반기술연구소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호에 온라인으로 게재했다. 포항공과대(포스텍)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했고, 안전성 검증에는 LG에너지솔루션도 참여했다.
◇발열 초기에 퓨즈처럼 전류 차단
연구팀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이다.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일종의 ‘퓨즈’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배터리의 양극층과 집전체 사이에 머리카락 100분의 1 정도인 1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 두께의 얇은 층 형태로 만들었다. 전지에 이상이 발생해 온도가 90~130℃ 수준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소재가 온도에 반응해 결합 구조가 바뀌며 전류 흐름을 억제한다.
이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전기 저항이 5000Ω(옴)씩 상승해 온도에 대한 반응속도가 빠르다. 최대 저항은 정상 온도일 때보다 1000배 이상 높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저항이 낮아져 원래의 전기가 통하는 상태로 돌아온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인 열폭주는 전지 내부의 양극·음극이 의도치 않게 직접 접촉해 단락(합선)·발열이 발생하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 측은 “수 초 만에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으며 화재로 이어지는 만큼, 발열 초기에 빠르게 반응 경로를 차단하는 열폭주 억제 소재가 화재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험 결과 열폭주 현상 발생 안해
LG화학에 따르면 실제 배터리 충격·관통 실험을 해본 결과,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불이 붙지 않거나, 불꽃이 발생한 뒤 곧바로 꺼져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선 모바일용 LCO(리튬·코발트·산화물) 배터리에 못으로 구멍을 뚫는 관통 실험 결과, 일반 배터리는 16%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약 10kg의 무게추를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에서는 일반 배터리의 경우 모두 화재가 발생했다. 반면,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70% 비율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30%는 불꽃이 발생했지만 수 초 내로 꺼졌다.
LG화학은 안전성 테스트를 이어가는 한편, 이른 시일 내에 실제 제품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종구 LG화학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른 시일 내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가시적인 연구 성과로, 앞으로 계속 안정성 강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배터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