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드리고 빨래 공장에 도입된 AI 스캐너. 비전AI가 빨래의 상태, 빨래법 등을 스스로 분류한다. 빨래감을 들고 바코드를 찍고 붙이는 단순 작업을 없앤 셈. /런드리고

동네 세탁소는 점차 사라지는데, 기업형 세탁소는 다양한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1세대 세탁소를 거쳐 코로나 시기 24시간 무인 빨래방, 최근엔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배달 수거 서비스까지 발전했다. 1인 가구가 늘고 빨래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빨래할 체력과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겨냥한 시장이 생긴 것이다.

이들은 기존 의류와 침구류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제품, 카시트나 유모차 등으로까지 세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세탁 업체들은 일상 속에 없어선 안 될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1세대 세탁 프랜차이즈, 고령 자영업자 흡수

크린토피아, 월드크리닝 같은 업체들은 프랜차이즈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퇴직한 창업자들을 끌어들여 가맹점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해 왔다. 세탁 시장 점유율 80%에 가까운 크린토피아는 매장이 전국에 2900여 개다. 작년 한 해 매출은 965억원, 영업이익은 119억원을 기록했다. 월드크리닝의 경우, 46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들이 기존 동네 세탁소와 달랐던 점은 가격 정찰제로 운영되고, 세탁 완료 일정이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또 세탁물에 문제가 생겨도 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어 업주와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지 않아도 됐다. 이에 힘입어 동네 세탁소가 2017년 2만7000개에서 6년 만에 7000여 개가 줄어든 반면, 크린토피아나 월드크리닝은 매장 수가 늘어나거나 감소 폭이 작았다. 크린토피아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호텔, 병원 등으로도 서비스 대상을 넓히고 있다.

◇무인 셀프 빨래방 다음은 맞춤형 세탁 앱

종업원 없이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세탁소도 빠르게 늘어났다. 서울경찰청 조사 결과, 서울 소재 무인 점포의 34.1%에 해당되는 896곳이 셀프 빨래방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직접 빨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사업 초기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작은 매장, 적은 인건비로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창업에 뛰어드는 자영업자도 많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 비대면이라는 특성 때문에 우후죽순 매장이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무인 세탁소 가맹 업자들의 매출액은 연평균 22.7% 성장하며 2016년 498억원 규모에서 2020년 1129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무인 빨래방은 세탁물이 분실되거나, 결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선 소비자들이 제대로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점까지 보완하고 나선 건 바로 모바일 기반의 세탁소 앱이었다. 2016년 세탁특공대, 2019년 런드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고객들이 전용 앱으로 세탁 서비스를 신청하면 새벽에 옷을 수거한 뒤 2~3일 내 세탁된 옷을 배송해 준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은 창업 이후 연평균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직접 세탁 공장까지 인수한 상태다. 이제 세탁특공대와 런드리고는 일상 빨래뿐만 아니라 유아용 카시트나 유모차에 묻어있는 반려동물 털을 제거해 주는 맞춤형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세탁특공대에 따르면, 올해까지 누적 가입자 수는 180만명, 하루 세탁량은 의류 1만장 이상이라고 한다.

앱 기반 배달 수거 서비스가 성장하자 1세대인 크린토피아도 뒤따라 ‘배달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맹 점주가 고객 집 앞에 빨래를 가지러 가서 세탁을 마친 후에는 다시 고객 집 앞까지 갖다 놓는 ‘비대면’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매장의 경우, 3년 전 연매출 1억원이었다가 배달 수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매출이 4억원까지 늘어난 경우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