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총 발행 주식의 15.5%인 320만9009주를 주당 83만원에 사들인다고 2일 공시했다. 총 취득 규모는 2조6634억원이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MBK 측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75만원보다 11% 높다.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이 기간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를 5.87%(121만5283주)에서 최대 15.5%(320만9009주)까지 사들인다. 최소 매수 수량에 못미치는 경우에는 응모한 주식을 취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는 취득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자사주 매입과는 별도로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고려아연 편에 서서 공개매수에 나선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투자자”라고 했다.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를 취득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매수를 통해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취득할 총 주식수는 전체 발행 주식의 18%,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이날 단기 차입금이 증가한 사실도 공시했다. 단기 회사채로 1조원, 금융 기관으로부터 한도 대출 형태로 1조7000억원 등 모두 2조70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 금액의 일부를 자사부 매입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을 33.1%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현대차그룹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3.9%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7.6%)과 의결권 없는 자사주 등을 빼면 약 23%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가운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회장은 이날 공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MBK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 결국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고용 불안, 안전 환경 시스템과 상생협력 체계의 붕괴로부터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를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 측 장형진 고문을 향해 “어떤 이유로든 간에 장형진 고문께서 오해하거나 기분 나쁘실 때가 있었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영풍 또한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