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한 조선소에서 대형 선박들의 건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저가 물량 공세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 조선업계는 ‘해양 굴기 2.0′이란 기치 아래 국가 주도로 규모와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며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90~2000년대 중국 조선·해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사실상 경쟁 없이 급속 성장했다. 중소 조선사 수백 곳이 우후죽순 생겨 조선소 기준으로는 1000곳 이상이 경쟁했는데, 2010년대 세계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13년 ‘선박 산업 구조조정 가속화 촉진 전환 및 실시 방안(2013~2015)’을 발표하고 빠르게 경쟁력 없는 조선소를 쳐내기 시작했다.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M&A(인수·합병)를 진행했고, 조선사 대부분 금융난에 시달렸지만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51기업만 금융 지원을 했다.

그래픽=김의균

51기업은 국영 조선소 또는 지방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국영기업이었고, 이 과정에서 민간 조선소는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해 빠르게 도태됐다. 경쟁력이 약한 조선소는 빠르게 퇴출시키고 통폐합해 ‘규모의 경제’로 상위 10대 조선소가 전체 건조량의 70%를 차지하게 한다는 전략이었다. 중대형 조선소 11곳을 합병해 중국 4위 조선소로 재편하기도 했다. 이때 중국에 진출한 STX 다롄 등 한국 조선 기업도 파산하거나 중국 기업에 인수돼 빠르게 정리됐다.

대신 살아남은 기업에는 확실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고, 해운사에는 폐선(廢船) 보조금을 지급하며 새로운 발주를 유도해 불황기에 조선업이 버틸 일감을 제공했다.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부터 매각까지 20년 넘게 걸린 것과 대비된다”며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조선소마다 주요 사업 영역을 사실상 제한한 것도 영향이 컸다. 자국 조선소 간 경쟁을 예방하는 방식으로, 후둥조선소는 LNG선, 다롄조선소는 유조선·컨테이너선 등으로 전문화를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