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부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유력하다고 전망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중 하나다. 이 회사를 확보하면 상대방의 의결 지분을 낮추는 효과까지 있어, 고려아연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수해야만 하는 회사다.

이 회사 지분 공개매수 가격은 지난달 13일 MBK 측이 먼저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2만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같은 달 26일 2만5000원으로 한차례 올렸고, 지난 2일 고려아연 측이 3만원으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자 또 지난 4일 MBK 측이 3만원으로 추격한 상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비슷한 양상인 셈이다. 워낙 중요도가 커서 7일 최씨 일가는 이사회에서 공개매수 가격과 인수 물량을 더 높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동시에 양측 명분 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입장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간 산업이라는 측면을 앞세운 것이다. 반도체 제조에 순도 높은 황산이 사용되는데, 이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제조하는 것이 고려아연의 울산 온산제련소이고,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술자들 사표 등으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을 차입해 자사주 매입을 준비하는데, 최근 공개매수를 하면서 낸 공시에는 2조7000억원 중 1조원을 ‘자기 자금’이라고 표시했다. ‘차입해 확보한 자금’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시했다는 입장이지만 차입 부담이 큰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