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 및 불공정거래 조사를 지시하면서, MBK·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경쟁도 외관상으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오는 11일이나 14일로 예상되는 공개 매수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전략을 짜면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지적에 대해 이날 MBK·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에서는 상호 비방이나 비난, 고소·고발 등은 자제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됐다. MBK·영풍 연합 측 관계자는 “원래도 법을 지키며 공개 매수 절차를 따라왔고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 관계자도 “공시 등 법이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 매수를 두고서는 양측이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 가격이 주당 83만원, 주당 3만원으로 양측이 똑같기 때문에 어느 쪽도 우세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일과 14일, 이 분쟁은 또 한번의 분수령을 앞두고 있다.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 매수 종료 시점이 23일인데, 이 기간을 늘리지 않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시한이 11일이라서다. 12일 이후에도 가격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그때는 공개 매수 종료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MBK 측이 이보다 앞서 공개 매수에 성공해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MBK도 오는 14일이 공개 매수 종료 시점이다. 만약 11일에 고려아연 측이 매수 가격을 상향할 경우 MBK 측도 이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MBK 측은 이미 공개 매수 가격을 상향했기 때문에, 14일 가격을 또 올릴 경우 공개 매수 기간이 열흘 더 연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