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김지호기자, 연합뉴스 /그래픽=백형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공개 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가 핵심이지만, MBK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서로 맞고소한 ‘배임’ 사건이 향후 더 큰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이 양측 공개 매수에 대해 불공정 거래 여부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 사안은 공개 매수 종료와 함께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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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대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한 배임 등 법적 다툼은 경영권 분쟁이 끝나도 검찰 수사, 법원 재판으로 ‘사법 리스크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양측이 당장 공개 매수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배임 고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훼손은 물론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자 없는 싸움’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달 20일 계열사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 장형진 고문, 강성두 사장, MBK 김광일 부회장 등 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영풍의 주주인데, “영풍-MBK의 밀실 공모 계약으로, 주식회사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는 이득을 취하게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영풍 측은 그달 25일, 지난 2일 최 회장과 노진수 전 고려아연 대표, 사외이사 6명을 배임 혐의로 맞고소했다. “기업 고려아연이 2조원 넘는 돈을 차입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 회장 개인 경영권을 방어하는 상황은 배임”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양측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 MBK-영풍 경영 협력 계약 이행 금지 가처분,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금융감독원 진정 등으로 맞붙고 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은 양측이 서로 제기한 배임 혐의 고소 사건을 기업 비리 등 특별 수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재계 저승사자’로도 불리는 곳이다. 배임 고소 사건은 나중에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참작’ 사유가 될 뿐, 수사기관의 수사는 진행돼 결론을 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은 75년간 동업해오며 서로 치부도 가장 잘 아는 관계라 양측 갈등이 커질수록 법적 싸움도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