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최대 규모의 적대적 M&A로 진행되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돈의 전쟁’이 주춤한 사이 10일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일단 하락 및 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경영권 분쟁 바람을 타고 급등했던 고려아연, 영풍정밀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을 밑돌았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MBK-영풍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에 있어 ‘캐스팅 보트’로 꼽힌 영풍정밀 주가는 이날 7.54% 급락하며 3만1250원을 기록했다. 공개매수 이전 9000원대였던 영풍정밀 주가는 최근 장중 3만6700원까지 올랐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전날 대비 1.68% 소폭 상승에 그치며 78만9000원을 기록했다.
현재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고려아연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이다. 금융소득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개매수 주주는 대략 10~20%대 세금이 예상된다. 현재 주가는 장중 주식을 매입해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해를 보는 가격대다. 지난 9일 MBK가 “더 이상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공개매수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자 일단 시장도 관망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가격 유지’를 밝힌 MBK와 달리 최 회장 측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같은 상황에서 세금이나 종료일 조건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큰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11일 오전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법에 따라 기존 종료일(23)이 연장되지 않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 11일이기 때문이다. 11일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시 등 후속 절차를 여기면 주말 휴일을 제외하고, MBK 공개매수 종료일인 14일에 주주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이 양측 공개매수 경쟁과 관련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조사를 착수하며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