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앞으로 5년간 절반가량씩 보태 총 2조4000억원을 AI(인공지능) 사업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만들 한국형 AI·클라우드, IT솔루션·컨설팅 등에서 같은 기간 총 4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KT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작년 12월부터 추진해온 MS와의 협업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작년 8월 말 취임 이후 꾸준히 AI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통신 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위기 속에서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것이다. 동시에 독자적인 초거대 AI 개발 대신 빅테크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MS·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가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이들과 경쟁하기도 어렵고 속도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MS는 2028년까지 AI 수퍼컴퓨터 개발에 1000억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구글은 MS 이상의 투자금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김 대표는 “AI의 투자 규모 경쟁은 이미 끝났고 수백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빅테크를 우리 힘만으론 제칠 순 없다”며 “지금까지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좋으면 시장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지가 경쟁 1순위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섭 KT 대표가 10일 서울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그는 이날 "미국 MS와 함께 앞으로 5년간 총 2조4000억원을 AI 사업에 투자해 이 기간 누적 4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AI시대, 속도가 경쟁력”

김 대표는 “(통신사들이) 기존처럼 통신만 해서는 성장할 수 없고 심지어 통신망조차 AI로 혁신하지 않으면 고철이 되는 세상이 왔다”면서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AI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도태한다는 판단으로 ‘MS와 협업’에 KT의 미래를 베팅한 셈이다. MS는 챗GPT로 생성형 AI 열풍을 불러온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기업용 AI 제품 시장에서 가장 앞서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이날 간담회 역시 애초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초 열려다가 MS와의 협업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이날 연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엔 조원우 한국MS 대표도 함께했다.

KT는 앞으로 초거대 AI 개발에 힘을 쏟으며 빅테크와 경쟁하기보단 고객이 AI를 빠르게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MS와의 협업을 통해 관련 서비스도 다른 업체보다 발 빠르게 출시할 예정이다. KT 내부에선 MS 협업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일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조건 빨리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보안성을 갖춘 한국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음 달 시범 출시하고, 내년 1분기 상용화한다. KT 관계자는 “현재 공공·금융기관은 보안성 때문에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세일즈포스의 데이터 분석 툴 같은 타사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S의 기술력을 활용해 보안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KT는 한국 규제와 보안 상황에 맞춰 클라우드를 맞춤형으로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AX 전문기업도 내년 출범

일반 기업들의 AI 전환을 도울 ‘AX 전문기업’도 내년 1분기 공식 출범한다. 김 대표는 “우선 국내에 집중하고 나서 충분한 능력이 갖춰지면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자국 상황·문화에 맞는 AI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KT가 기술력을 쌓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2분기엔 한국형 AI 모델 개발도 완료할 예정이다. 실시간 음성 대화가 가능한 오픈AI의 ‘GPT-4o’와 소형 언어 모델 ‘Phi 3.5′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한국 문화·역사·철학,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맞춤형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네이버 등과 같은 다른 경쟁 기업들보다 더 고품질의 한국형 AI를 빠르게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내 AI 인재 육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재를 길러내지 않으면 AI 전환을 지속할 수 없다”며 “앞으로 5년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KT 직원들이 세계 수준의 기술·사업 역량을 쌓은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