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스1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한 사모펀드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된다. 지난달 13일 MBK 측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 1라운드’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공개매수를 23일까지 이어가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은 가격을 추가 인상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맞서고 있다.

◇MBK 측 공개매수 끝나도, 고려아연 매수는 23일까지 지속

시장의 관심사는 MBK측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쏠려있다. 투자업계에선 MBK 측 공개매수 가격(83만원)이 고려아연(89만원)보다 낮은만큼 최대 목표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을 채우기는 어렵지만, 한 자릿수대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4일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며 최소 수량 조건을 삭제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모한 모든 주식은 MBK·영풍이 확보하게 된다.

공개매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투자자마다 양도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유불리가 다르기 때문에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MBK 측이 법원에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낸 데 따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양측은 주말인 12~13일에도 각 사의 공개매수에 응했을 때, 세금 계산식을 비교 제시해가며 자사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고려아연은 13일 경영진 입장문을 내고 “MBK는 공개매수에서 단 1주만 청약을 받아도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취득할 수 있다”며 “국가의 비철금속 핵심소재기업을 어떻게 육성, 발전시킬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전혀없이 오로지 경영권만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오는 23일까지 지속된다. 고려아연은 전체 주식의 최대 17.5%를 자사주 공개매수로 확보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손잡은 베인캐피털도 별도로 2.5%를 공개매수한다.

고려아연은 투자자들의 청약이 최대 매수 예정수량을 넘어설 경우 안분비례(按分比例) 방식을 통해 매수한다. 고려아연은 패시브(인덱스추종) 펀드·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유통주식 물량이 20%대 초반에 불과한 만큼 초과 청약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 측은 패시브 펀드·국민연금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유통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35%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결권 확보 통한 주총 수싸움도 관건

의결권 확보 경쟁도 관건이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고, 현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중인 자사주는 소각이 예정돼 있어 우호 세력에게 처분할 수도 없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털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2.5%에만 의결권이 있다.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 목표 물량을 100% 채울 경우, 최씨 일가의 의결권 지분은 약 45%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조건에서 MBK·영풍 연합은 14일 종료될 공개매수로 발행주식총수의 약 3.5%만 얻어도 최씨 일가 의결권을 앞서게 되며, 7% 내외를 확보하면 과반(過半)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 이후 적당한 시기에 임시주총을 소집해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할 계획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률, 주총 출석률 등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일단 MBK 측의 공개매수가 종료되지만, 경영권 분쟁 국면은 내년 3월 정기주총 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픽=김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