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왼쪽)씨와 케빈 황의 결혼식 모습.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참석자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33)씨와 미국인 해병대 예비군 장교 케빈 황(34)이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엔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35)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장남 최인근(29) SK E&S 매니저를 비롯해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과 사촌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가(家)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동생이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도 있었다.

재계 총수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이재현 CJ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도 신부 측 부모석에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은 식이 끝난 후 신랑 측 가족과 함께 하객 테이블을 돌며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결혼식은 하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신부 민정씨는 신랑 입장 후 혼자 식장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군 복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져 결혼까지 골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한미 전우를 위한 묵념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식장 한쪽엔 훈장·군번줄·장미·레몬을 올려둔 빈 테이블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 군대에서 실종·전사한 군인들을 기리는 ‘실종자 테이블’ 전통을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살 때 이웃으로 처음 만났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케빈 황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MBA 과정을 마치고 미 해병대 예비군 장교로 캘리포니아에서 복무 중이다. 다음 달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의 군수 분야 관련 보직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민정씨는 지난 2014년 해군 사관 후보생으로 자원입대했고, 2015년 청해부대 소속으로 아덴만에 파병되기도 했다.

이날 결혼식은 주례 없이 진행했으며, 사회는 신랑·신부 지인이 맡아 영어·한국어로 진행했다. 신랑·신부가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했고, 신부 쪽에선 언니 윤정씨가, 신랑 쪽에선 남동생이 두 사람을 위한 축사를 준비해 읽었다. 축가는 신부가 좋아하는 노래인 ‘오솔레미오’를 한 오페라 가수가 불렀다. 결혼식엔 두 사람이 기르는 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