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 약 5%를 확보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기존 보유한 지분 약 33%에 더해 최소 38% 지분을 확보한 MBK 측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경영권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뉴스1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한 MBK 측은 고려아연 주당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두 차례 인상하며 이날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이날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MBK측 공개매수에 약 5% 지분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공개매수 목표였던 최소 7%, 최대 14%대 지분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지분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오는 23일까지 MBK 측에 맞선 고려아연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데, 최 회장 측이 약속대로 남은 유통 주식(약 15%)을 모두 매입해 소각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MBK 측의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최윤범 회장 측과 우호 지분 등을 합하면 34%쯤으로 보는데, 이날 MBK 측 공개매수가 끝나면서 격차는 최 회장 측이 약 1%포인트 앞서는 구도에서 약 4%포인트로 밀리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다만 둘 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MBK가 지분 약 5%를 확보한 것을 두고 선전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MBK측은 지난달 13일 1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를 시작해,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두 차례 가격을 올려 1주당 83만원으로 공개 매수를 해왔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지난 11일 매수 가격을 1주당 89만원까지 높였다.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더 비싸게 사줄 테니 MBK 측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고 우리 쪽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고려아연 측이 좀 더 크다는 점을 문제 삼은 투자자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 재판에서 법원이 “고려아연 법인이 공개 매수 기간에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고려아연 측 공개 매수 자체가 불발될 수 있고, 주가도 하락해 결국 수익을 실현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MBK도 이날 확보한 지분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주식시장 장 마감 이후 ‘공개매수 완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오늘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개인 투자자는 세금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면 MBK 측과 달리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MBK에 맞서는 최 회장 측은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당장 오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가처분 심리가 문제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 2일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최대 17.5%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MBK 측은 “회사 미래 경쟁력을 훼손하는 행위로 배임 소지가 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결과가 자사주 매입 가능 여부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