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의 기술과 역량으로 독자적으로 국내 석유탐사에 성공한 동해가스전.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45백만 배럴의 가스·원유를 생산하여, 약 3조 1천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2만 7천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한국석유공사는 1979년 설립 이후 국내대륙붕 석유탐사를 꾸준히 실시해 왔으며, 1998년에 동해 가스전 발견에 성공해 대한민국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 2021년 동해가스전에서 석유·가스 생산이 종료된 이후 석유공사는 자원영토 확장을 위한 국내대륙붕 탐사·개발 중장기 마스터플랜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립해 제2의 동해가스전을 찾아 동해 심해에서 석유탐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바다는 인류에게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어 해양이 주는 가치를 찾아내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인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많은 국가가 바다에서 이러한 가치를 찾고 있으며, 해양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원천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키고 국가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에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해결하기 위해 해양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동해 심해 탐사 관련 정부 발표로 해양 자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는 갑작스럽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국내 해저광구를 설정한 이후 자원개발을 위해 50년 넘게 오랜 기간 수행해 온 과정의 일부다.

우리나라는 1970년 7개의 해저광구를 확정하고 자원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초기에는 우리의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해서 외국 석유메이저 기업에 의존했으나, 1차·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에너지자원 정책의 하나로 석유개발과 비축을 수행할 공기업을 설립해 국내 대륙붕 석유탐사를 주도적으로 실시했다. 11번의 시추 끝에 1998년 동해 6-1광구 고래5 유망구조에서 양질의 가스층을 발견하고, 2004년부터 동해-1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와 초경질유의 상업적인 생산을 개시하며 드디어 우리 바다에서 산유국의 꿈을 실현했다. 이렇듯 오랜 기간의 땀과 노력으로 국내 해양 가스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1992년부터 석유공사가 탐사시추를 시작해 2006년 가스 생산을 개시한 베트남 11-2 광구. 석유공사 인력이 탐사 단계부터 개발, 생산 단계까지 전단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산유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으며 그 결과 동해-1 가스전 인근에서 동해-2 가스전을 개발해 2016년 생산을 개시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동해-1 가스전 이후 탐사 노력과 투자를 멈췄다면 동해-2 가스전의 발견은 없었을 것이다. 2021년 말 동해 가스전 생산 종료와 함께 아쉽게도 이제 국내에는 상업적인 유‧가스전이 없게 됐다.

그러나 산유국 지위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6-1광구 북부와 8광구 지역에서 기존에 취득한 탐사 자료와 새롭게 취득한 물리탐사‧시추 자료를 활용해 울릉분지에서 대규모 심해 유망구조를 찾아냈다. 이는 과거 탐사 자료와 새로 취득한 고해상도 자료를 첨단 해석 기법을 통해 지질학적 모델과 결합, 석유·가스 자원의 존재 가능성을 재평가한 것이다. 현재까지 꾸준히 축적해온 자료와 함께 지속적인 기술개발 성과가 있었기에 도출할 수 있었던 결과다.

과거 해양 탐사를 통해 축적된 지질학적·지구물리학적 자료와 동해-1, 동해-2 가스전 개발로부터 습득한 개발‧생산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새롭게 동해 심해에서 석유·가스 탐사를 이어나가야 할 때다. 올해 말에는 도출된 심해 유망구조 중 한 곳에서 석유 또는 천연가스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탐사시추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지구물리학적 탐사 방법으로 지질학적인 분석을 통해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간접적으로 지층의 특성을 해석했기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시추를 통해 해당 석유‧가스를 함유할 수 있는 저류층과 그 속의 에너지자원 존재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석유공사가 보유한 시추선 ‘두성호’에서 동해 고래Ⅴ구조의 석유·가스 부존 확인을 위해 실시한 산출시험 장면.

이는 국내 천해에서 심해로 탐사 지역을 확장해 심해 대규모 유‧가스전을 발견하기 위한 ‘광개토 프로젝트’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석유공사는 지난 2022년 해양주권 확보, 에너지 안보 강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 등 중장기 국내 해양 탐사 및 개발 활동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탐사와 시추 작업을 통해 계속해서 자료를 축적해야 할 것이고 이들 정보로부터 정밀 분석 결과를 제시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투자유치를 통해 심해 개발 경험이 있는 해외 석유개발 기업의 참여와 이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동해-1 가스전 생산까지의 오랜 과정처럼 이번 동해 심해에서도 석유·가스를 개발‧생산하기까지 긴 여정이 펼쳐질 것이고 이번 탐사시추는 그 여정의 한 과정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국내 해저 탐사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중동의 자원 빈국이었던 이스라엘은 우리나라가 동해에서 가스를 발견한 비슷한 시기에 천해에서 가스 발견에 성공하고 이후 10여년간 꾸준하고 적극적인 심해 탐사를 통해 대형 가스전을 발견해 가스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유한한 인간의 지식과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넓고 깊은 바닷속을 정확히 알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탐사와 시추를 계속하면서 각종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야 하며, 이와 더불어 관련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탐사에서부터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투자 비용 또한 적지 않아 국가 중장기 계획에 기반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자원 개발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해양에서 산유국의 꿈을 다시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