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사를 둔 헤지 펀드 팰리저 캐피털(Palliser Capital)이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인 SK스퀘어 지분을 1%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사모 펀드 MBK가 영풍과 손잡고 시작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팰리저 캐피털이 SK스퀘어나 SK하이닉스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모 펀드가 보통 경영권을 직접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헤지 펀드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며 단기 차익을 노린다. 특히 팰리저 캐피털의 경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고 있다.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팰리저 캐피털이 SK스퀘어 지분을 1%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투자 전문 회사로, 그룹 지주사인 SK㈜가 이 회사 지분 30%를 갖고 있다.

WSJ와 SK스퀘어에 따르면, 팰리저 측은 약 2년간 SK스퀘어 지분을 늘려왔고, 1% 이상을 확보해 상위 10대 주주에 올랐다고 한다. 팰리저 측은 이사회에 자산 관리 경험이 많은 사람을 더 늘리고, 임원 급여도 회사 실적에 연동할 것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최근 수차례 회동해 자사주 매입 등을 포함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팰리저 측은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지분 약 20%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 약 27조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물량만 해도 SK스퀘어 전체 시가총액(약 11조원)의 2배가 넘는다. 그런 만큼 향후 팰리저 측의 요구 사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팰리저 측의 요구가 불씨가 되어 다른 곳과 연합해 고려아연 사건처럼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