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서울대 공대 재료공학부 실험실에서 황철성 교수가 학생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본인 제공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삼성보다 먼저 개발에 성공한 ‘10나노급 6세대(1c) D램’ 이야기도 꺼냈다. 지난 8월 SK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첨단 D램이다.

그는 “삼성 내부 얘기를 들어보니, 개발 도중에 문제가 있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내가 왜 책임을 뒤집어쓰느냐’며 안 고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 프로젝트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상부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집중하고, 위에서 결정해줄 때까지 잘 움직이지 않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예전엔 엔지니어들에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라고 맡기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그런 자유가 많이 사라지고 부장들에게도 실권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며 “수년 전부터 개발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최고 경영진이 직접 챙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옛 경험에 비춰 사안을 판단하는 경영진과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려는 현업의 젊은 실무자들 사이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진이 결정을 해줄 때까지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이 과정에서 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주 52시간 문제에 대해선, “주 52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라며 “낮에 근무 강도를 높여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52시간 내에 본인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체제가 자리 잡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모든 프로젝트와 판단을 리더들이 챙기니 실무자들은 위에 올릴 보고서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리더의 방향에 맞게 보고서가 바뀌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