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 지분을 1% 사모은 뒤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모펀드 MBK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두산밥캣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나서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일고 있다.

18일 재계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얼라인은 최근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두산밥캣의 지분 1%를 확보하고 지난 15일 주주 제안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주주 환원 확대 등을 주장하며, 11월 15일까지 공개적인 방식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내년 초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 6개월 전부터 의결권 있는 상장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주총에서 주주 제안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은 그동안 JB금융지주와 SM엔터테인먼트 등 대주주 지분이 10%대로 낮은 회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 회사 지분을 사들인 뒤에 다른 주주와 손잡고 주주 제안을 하거나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경영권을 뺏기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밥캣은 그동안 공략했던 기업들과는 주주 구성이 다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46.06%를 보유하는 등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있다. 그만큼 이사회 장악 등은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두산그룹은 사업 재편을 진행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을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불거졌고, 금융감독원도 제동을 걸면서 합병도 중단한 바 있다. 얼라인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주 가치 향상을 목표로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1947년 미국 노스다코타주에서 출범한 미국 1위 건설기계 업체다. 소형 지게차와 소형 굴삭기, 트랙터 등을 생산한다. 북미 매출 비중이 70%를 웃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24억원이다. 연간 현금 창출력이 1조원을 웃돌지만 시가총액은 4조원 수준에 그쳤다.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로 코스피200 기업 평균(20배)을 크게 밑돌았다. 사업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대선 직후 주택 공급을 확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두산밥캣의 매출이 늘 것이란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계에는 고려아연 사태 외에도 영국계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 SK스퀘어 지분을 1% 이상 확보해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