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앞서 무산됐던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진행하며 ‘개미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 분할한 뒤 두산밥캣을 신설법인의 자회사로 두는 사업 개편안을 21일 이사회에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8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 뒤 최종적으로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는 사업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주주 반발과 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이번엔 합병은 추진하지 않되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주식 교환 비율을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다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두산밥캣 합병 계획 철회 이후, 두산은 개편의 첫 단계인 ‘두산밥캣 인적 분할 이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은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분할을 통해 에너빌리티가 약 7000억원 차입금 부담을 덜고, 전례 없는 세계 원전 시장 확대로 설비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투자 자금을 확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1일 이사회 안건은 이 작업의 연장선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을 분할해 떼어주는 대신,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 ‘몸값’을 더 높게 책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원안에서 주주 반발을 샀던 점을 감안해 두산밥캣이 포함된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비율을 재산정한 것이다.
한편 최근 두산밥캣 지분 1%를 확보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두산밥캣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내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있다면, 잠재적으로 양사 합병 가능성이 있어 밥캣 주주의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이미 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가 입장 발표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