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이 완공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소재 태양광 발전소. /한화큐셀

미국 대선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주요 경합주에서 우세를 보이자 국내 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월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지지율이 올랐지만, 지난달 TV 토론 이후 해리스의 급부상으로 바이든 정부 정책이 계승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트럼프 우세론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복잡한 셈법 속 고민에 빠졌다.

특히 비상이 걸린 곳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업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취임 첫날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특히 미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에 보조금을 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보조금을 남발한다고 지적해왔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놓은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 태양광업체 한화큐셀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보조금을 축소할 경우 최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며 “IRA 보조금을 빼면 사실상 적자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 공장을 짓고 있는 한화큐셀도 긴장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합작 공장, 한화 태양광 공장 등이 몰려 있는 조지아주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자 일자리와 연관된 산업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지아 주지사도 공화당 소속으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공화당 인사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를 강력 지지하고 있어, 트럼프의 전기차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산업은 불확실성이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론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초 바이든 정부와 ‘칩스법’에 근거한 협상을 벌여 텍사스에 짓는 반도체 공장 보조금으로 9조원을 받기로 했다. 업계에선 트럼프 당선 시 자국 기업인 인텔·마이크론에 보조금을 더 주기 위해 보조금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모두 가져갔다”며 TSMC 미국 공장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비판했는데 이 불똥이 삼성에도 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의 TSMC 견제로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대만 TSMC를 결국 중국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동맹국 기업인 삼성이 첨단 반도체를 미국에 공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