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이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의 연이은 가처분 신청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MBK측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지난달 13일 이후 두 차례 법원에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금지 또는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을 냈는데, 두 차례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카드로, 최 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22일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영풍이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주당 6만 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 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MBK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 ‘자사주 공개매수’로 반격에 나섰다. 당시 MBK 공개매수 가격(주당 75만원)보다 높은 주당 83만원을 제시해, 주주들을 MBK 공개매수 대신 자사주 공개매수로 끌어오는 전략이었다.

MBK는 이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법원 가처분을 택했다.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난달 13일 ‘자사주 매입을 막아달라’는 1차 가처분을 냈지만, 지난 2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MBK 측은 가처분 내용을 일부 바꿔 2차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21일 재차 기각됐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상법 및 자본시장법의 자사주 취득 절차를 준수한 이상,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됐다고 해도 자사주 공개매수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차례 가처분이 진행되는 사이 MBK측의 공개매수는 고려아연보다 먼저 지난 14일 종료됐고, 시장 예상보다 많은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했다. 주당 공개매수 가격이 MBK는 83만원, 고려아연 자사주는 주당 89만원으로 6만원이나 차이가 났지만 5% 넘는 물량을 공개매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MBK는 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으로는 약 48%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MBK는 자신들의 공개매수가 회사의 공개매수보다 일찍 완료된다는 오로지 그 점을 이용하여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유인하기 위하여, 마치 회사의 공개매수가 위법하여 2차 가처분으로 인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했다”며 “저들(MBK측)이 해온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향후 주주총회 표대결이나 추가 지분 확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현재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향후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