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호텔·리조트 기업인 대명소노는 최근 LCC(저비용 항공사) 2곳의 지분을 연달아 확보하며, 양 사 모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6월 티웨이항공의 2대 주주가 된 데 이어, 지난 15일엔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 JC파트너스에서 보유 지분 절반을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해 공동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대명소노는 JC가 보유한 잔여 지분을 내년 6월 이후 살 권리(콜 옵션)까지 확보해 향후 에어프레미아의 단일 2대 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명소노 측은 “단순한 항공 산업 진출을 넘어 국내외 호텔·리조트 인프라와 항공 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명소노는 현재 경영권 인수까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선 향후 통합 LCC 탄생 등 다양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LCC ‘2라운드’ 펼쳐진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항공 시장은 ‘통합 대한항공 대(對) LCC’ 구도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 국내 LCC는 지난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후, 정부의 무더기 허가로 현재 사업자 수가 9곳으로 늘어 포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미국(9곳)과 함께 LCC 사업자 수 세계 1위다. 이런 상황을 계기로 국내 항공 시장의 판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완료되면, 이들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사의 ‘통합 LCC’ 출범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나머지 LCC들은 대응책 마련을 위한 물밑 작업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며 차별화 전략을 짜거나, M&A(인수합병)를 추진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CEO 메시지를 통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 펀드들은 언젠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인 만큼,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모 펀드가 투자한 LCC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과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전례도 있다.

◇노선 공격 확장, 덩치 키우기 본격화

국내 LCC는 이미 양(量)적으로 대형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 수에서 처음으로 대형 항공사를 추월했고,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도 국제선 여객 수 4495만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328만여 명을 LCC가 소화했다. 향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통합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면 이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LCC는 질(質)적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2분기 상장 항공사 6곳 가운데 아시아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 적자 전환했다. 2분기가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LCC 간 단거리 중심의 출혈경쟁이 수익성 저하의 배경이 됐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애널리스트는 “여행 수요 정상화에도 공급 증가 때문에 운임이 하락한 탓”이라며 “하반기 성수기에도 운임이 전년 대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LCC들은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고, 수익성도 개선하기 위해 기존 동남아, 중국·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노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합종연횡으로 재편될 LCC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국내 LCC 최초로 인도네시아 바탐 운항을 시작했다. 에어부산도 발리 운항에 나섰다. 그간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해왔던 곳이다. 티웨이항공도 이달 초 프랑크푸르트 노선 신규 취항을 시작했다. 대형 항공사와 LCC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는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중심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좌석, 12인치 터치스크린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애널리스트는 “항공사별 전략이 차별화되기 시작한 것은 수요가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예전처럼 가격 경쟁에 매몰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