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AI 자율제조 선도프로젝트 협약식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종별 주요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문연과 스타트업이 협업해 제조업 현장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협약식’을 열고 올해부터 추진할 26개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현대차, GS칼텍스, 삼성중공업, HD현대미포, 포스코, 에코프로, 대한항공 등 26개 기업의 AI 활용 사업을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로 지정해 지원한다.

◇산업 현장에 접목되는 AI

현대차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기존에는 한 생산라인에서 2~3종까지 생산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수요가 많은 인기 차종의 경우 작업이 밀려 출고가 늦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컨베이어 벨트 대신 AI가 생산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물류 로봇이 필요한 셀로 작업물을 이송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작업을 컨트롤한다.

GS칼텍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각 정제유의 시장수요에 맞춰 최적 비율로 생산할 수 있도록 AI가 온도, 압력, 유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최적의 수익성을 뽑아내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에코프로는 양극재 제조 공정에 AI 시스템을 도입한다. 기존에는 공정 중 온도, 압력 등 조건을 사람이 들여다볼수 없어 불량품을 잡아내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AI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사전 예측해 최적 조건으로 생산함으로써 폭발 가능성을 예방한다는 구상이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JPDC는 기존에 과일 음료를 생산하는 데 1년에 45억개 감귤을 작업자가 일일이 육안으로 검사해 ‘못난이’들을 골라내왔다. AI에 귤 이미지 학습 등을 통해 사람 대신 AI가 못난이 귤을 걸러내고 자동 포장하는 공정 시스템을 구축한다.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28일 'AI(인공지능) 자율 제조 선도프로젝트 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협약식에 참여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관계자들과 안덕근(앞줄 왼쪽에서 8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인다. /박소정 기자

◇2027년까지 AI 자율제조에 20조 투자 기대

산업부는 당초 10개 과제를 선정하려고 했지만 213개 과제가 접수되는 등 성황을 이루면서 최종적으로 26개를 선정했다. 사업 규모는 총 3조7000억원에 달한다.

2027년까지 200여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최소 20조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현재 5% 수준인 제조 현장의 AI 도입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해당 사업 참여 기업에 5년간 10조원 규모 대출·보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산업부가 주도하는 R&D 프로젝트에는 당장 필요한 과제보단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연구과제들이 많아 대기업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는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중소기업의 자발적 신청이 많았다. 그만큼 제조 현장에 AI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 같은 산업 현장에서의 AI 자율제조 모델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 궁극적으로 수출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제조업 자체가 발달한 나라가 많지 않은 데다, 전세계적으로도 AI를 통한 자율제조 수준은 아직 초기 상태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성정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자율제조를 산업 현장 구석구석까지 확산하겠다”며 “산업 현장의 혁신을 통해 새 성장 돌파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