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개발 경험이 전무했던 1970년대 ‘백곰’을 시작으로 한국의 유도무기, 미사일 기술이 시작됐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에 보낸 ‘1975년까지 국산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라’는 극비 친필 메모가 시작이었다.
배경 기술이 없어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도입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역설계해 개발을 추진했다. 역설계는 기존 제품을 분해해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설계하는 방식을 뜻한다.
1978년 9월 직접 개발한 최초의 미사일 ‘백곰’이 나오면서 한국은 세계 7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독자 미사일 개발을 반대하는 미국의 간섭도 있었다.
이후 한국은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받아들였다. 북한과 핵무기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조치였는데, 2021년 해제될 때까지 한국의 미사일, 우주 발사체 개발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 미사일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1983년 아웅산테러 사건 이후 미사일 개발이 재개됐다. ‘백곰’ 개발진이 다시 모여 백곰을 개량한 ‘현무-1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다시 극비 보안으로 ‘현무-2′ 개발에 돌입했고, 미사일 사거리 제한도 300㎞까지 늘어나며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2012년 제2차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미사일 최대사거리가 800㎞까지 늘어나며 2010년대 현무-2A, 현무-2B, 현무-2C 등 다양한 개량 모델이 나왔다.
현무-4는 2017년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3차로 개정되면서 탄두 중량 제한이 사라져 개발이 시작됐다.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톤)이 넘고, 사거리가 8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의 지휘부 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첫 공개한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9t인 세계 최대 수준의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