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지역에 있는 500㎾급 태양광발전소 모습.


배우자나 자녀 등의 이름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며 혈세로 조성한 ‘태양광 보조금’을 최대 수억원씩 빼돌린 한전 임직원 31명이 또 적발됐다. 지난해 말 같은 사유로 적발된 128명에 이어 또 무더기로 비위를 저지르다가 들킨 것이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만 40조원을 웃돌고,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며 ‘국민 근심거리’가 된 한전에 국가 재정 투입까지 거론되지만, 정작 임직원들은 규정을 위반하며 ‘태양광 보조금 빼먹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감사원의 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토지 매입 등 사업에 착수해 올해부터 태양광 발전소 가동에 들어간 경우도 나왔고, 감사원 감사에 걸리지 않았다며 계속 불법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경우도 나왔다. 이번에 적발된 한전 임직원들이 세금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편취한 수익은 수천만~수억원에 이른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수영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올해(1~9월) 한전에서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해 태양광 사업을 진행한 임직원 31명이 자체 감사에서 추가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 및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말 해임 10명, 정직 118명 등 임직원 128명이 징계를 받은 데 이어 또 무더기 적발이다.

감사원이 한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불법 태양광 발전소 보조금 빼먹기를 집중 조사하던 지난해 5월 한전 직원 A씨는 경북 상주시에서 아내 이름을 빌려 태양광 발전소용 토지를 몰래 매입하고, 곧이어 전기 판매 계약과 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100명 넘는 임직원이 징계를 받는 중에 이뤄진 A씨의 ‘간 큰’ 비위는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기 직전인 올 초 한전 자체 감사에 걸렸다. 보조금을 포함해 해마다 3000만~4000만원 규모 수익을 기대했지만, 감사에 걸리며 A씨의 꿈은 무산됐다.

태양광 발전소는 막대한 보조금을 내세워 신재생 보급에 나선 지난 정부 때부터 ‘안 하면 바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의 알짜 사업으로 불렸다. 한전은 값싼 원전 대신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비싼 값에 보조금까지 줘가며 사느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고 있었는데, 이런 사정을 빤히 아는 한전 임직원들은 너도나도 가족이나 친인척 이름을 빌려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하며 보조금 빼먹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한전 임직원은 발전소 소유·운영 및 관여가 사규뿐만 아니라 현행법에도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한전 임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 128명을 적발한 감사에 이어 올해 한전 자체 감사에서 ‘불법 태양광 발전소 운영’을 하다가 추가로 걸린 임직원은 총 31명(해임 4명, 정직 23명, 감봉 4명)이다.

한전은 지난해 5~6월 2만3000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서약까지 했다. 한전도 전담 조직을 새로 꾸리고, 감시 시스템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시점에서도 비리는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공기업 특유의 온정주의까지 더해지며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징계를 받은 31명 중에서도 해임 처분은 재적발됐거나 태양광 사업 외 다른 비위까지 적발된 4명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 직원들 사이에 ‘태양광 발전소’는 노후 대책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연간 5조원 규모 태양광 보조금 빼먹기에 한전 임직원들까지 편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전기 요금 인상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2021~2023년 3년 동안 40조원 이상 적자가 쌓였다. 2022년 5월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네 차례 자구안을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총부채가 200조원을 웃돌 정도로 재무구조는 부실하다. 2022년 자구안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혔던 47개 국내외 자산 가운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료된 건은 21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