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로 인해 원전 산업의 미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식과 3·4호기 착공식에 참석해 “원전 르네상스를 맞아 1000조원의 글로벌 원전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신한울 1·2호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종합 준공하는 원전이고, 3·4호기는 처음 착공하는 원전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 옆으로 잡초가 무성한 3·4호기 부지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우리 원전 산업의 수출 길을 더 크게 열어나가겠다”며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로 인해 원전 산업의 미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은 원전 덕분에 경제성장과 번영, 빠른 산업화에 성공했고 현재는 최고 기술로 원전을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원전 강국이 됐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새울 3·4호기 건설,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해외 원전 수주, SMR(소형 모듈 원전) 같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등을 통해 원전 업계 일감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안전만 보장되면 기간 제한 없이 운영하는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 사례를 참고해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기존 원전을 안전하게 오래 쓰고 미래 혁신 원전을 과감히 도입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혀 가동 연한 연장에 대한 새로운 제도 개선도 시사했다.


30일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등 내빈이 단추를 누르자 폭죽이 터지고 있다. 신한울 1·2호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로 종합 준공하는 원전이고, 3·4호기는 문재인 정부 때 건설이 백지화됐다가 현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으로 착공됐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강성현 영진테크윈 대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채림 현대건설 매니저, 윤 대통령, 김현우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황영분 지역 주민 대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이날 종합 준공식을 가진 신한울 1·2호기와 착공식을 한 신한울 3·4호기는 윤석열 정부의 ‘탈탈원전’ ‘원전 생태계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원전이다.

◇탈탈원전의 상징, 신한울 원전

신한울 1호기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 만인 2022년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2호기는 이듬해 9월 운영 허가를 받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내세우며 임기 5년 내내 원전 2기(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1기(새울 2호기)를 가동하는 데 그쳤지만, ‘탈원전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는 속도가 붙은 것이다. 본래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새울 2호기(신고리 4호기) 외에도 신한울 1·2호기, 새울 3호기(옛 신고리 5호기)가 운전을 시작해야 했지만, 신한울 1·2호기는 기자재 수급 문제로 일정이 지연된 데 이어 문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을 이유로 발목을 잡으며 가동이 밀렸다. 당시 원안위는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기자재 품질 보강 등을 이유로 들어 허가를 4년가량 미뤘다. 새울 3·4호기 또한 착공 1년이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공사를 중단시키고 공사 계속 여부를 ‘공론화’에 부치며 시간을 끈 결과, 완공 시점이 2025년 이후로 크게 늦춰졌다.

특히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며 탈원전의 상징으로 불렸다. 윤석열 정부가 다시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포함하고, 지난달 원안위가 건설을 허가한 데 이어 이날 착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지만, 당초 계획했던 시점보다 10년 늦은 2032~2033년에야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래픽=양인성

◇신규 발주로 원전 업계 ‘단비’

신한울 1·2호기는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첫 원전이라는 의미도 크다. 앞서 ‘한국형 원전’인 새울 1·2호기와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1~4호기가 가동에 들어갔지만, 이 원전들은 원전 3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와 원전 계측 제어 시스템(MMIS), 원전 설계 핵심 코드를 국산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한울 1·2호기에는 2010년대 들어 차례로 국산화에 성공한 이 부품들이 적용됐고, 체코 신규 원전 수주의 발판이 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한울 원전 1·2호기는 40여 년 전 유럽의 도움을 받아 건설했는데 이제 팀 코리아가 체코에서 원전을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본계약 체결이 잘 성사되도록 직접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또한 착공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주가 이어지며 내년 6840억원, 2026년 1조2548억원, 2027년 1조6556억원 등 앞으로 3년 동안에만 규모가 3조6000억원에 이르는 일감이 원전 업계에 ‘단비’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울 3·4호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 새울 3·4호기 이후 8년 만에 새로 짓는 원전이다. 지난 정부 ‘탈원전’에 고사(枯死) 직전까지 갔던 국내 원전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2033년까지 신한울 3·4호기에서 나오는 발주 물량은 8조1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탈탈원전’에서 한발 더 나아가 SMR(소형 모듈 원전) 등 미래 지향적 원전 생태계 구성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합 준공식과 착공식이 열린 경북 울진은 미래 먹거리인 SMR 건설을 위한 유력 부지로도 거론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신한울 1·2호기 준공과 3·4호기 착공은 원전 생태계가 탈원전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상징한다”며 “이제는 새롭게 열리는 SMR 시장과 여전히 상당 기간 지속될 대형 원전 등 우리 원전 산업이 미래를 대비한 경쟁력 확보 방안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