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1주당 67만원(예정발행가액)에 373만주를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 주식 시장 유통 물량을 늘리고, 총 자금 2조5000억원 안팎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발표 직후 증시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40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115만6000원으로 전일 대비 약 25% 하락한 상태이고, 12시쯤 장중 하한가(108만1000원)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결과 및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사항 등을 보고하고, 부의안건으로서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MBK측이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 안건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했는데, ‘일반공모 증자 안건’이라는 유상증자 카드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새로 공급하고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다. 회사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늘리고 대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율이 떨어지고 주식가치가 희석돼 낮아지는 영향을 받는다. 현재 약 38%인 MBK·영풍 연합, 우호 지분 포함 약 35%인 최 회장 측의 지분율도 크게 낮아진다. 유상증자 일반공모 가격은 유동적이다. 청약이 이뤄지는 12월 초 기준 주가에서 30% 할인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조달 자금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유상증자 방식도 다양하지만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증자를 실시한다. 추후 청약 공고에 따라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할 것”이라며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일반 국민 등 다양한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소유 분산을 통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이번 유상증자는 사실상 경영권 방어 목적이 더 크다. 고려아연은 이번 일반공모에 모집된 주식(최대 약 373만주)의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관련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예고한 자사주 소각 절차 등을 거친다면, 373만주는 고려아연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중 다시 20%, 전체 지분으로 따지면 약 4%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가 될 수 있는 우리사주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또, 협력사 등이 백기사로 일반공모에 참여해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MBK측도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한 청약자(특별관계자 포함)가 최대 3%만 배정받을 수 있도록 상한을 정했다. MBK가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해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에 미리 선을 그어둔 것이다.
유상증자로 시장 유통 주식이 늘어나는 것 관련해, 고려아연 측은 “최근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인수·합병)로 인한 상호 간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유통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가가 거래일 기준 18일 만에 100% 이상 급등하고, 지난 29일 종가 기준 154만 3000원까지 뛰는 등 변동성이 지나치게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며 “이로 인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고, 이번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