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으로 해외 유학을 앞둔 장학생들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에서 단합 행사를 갖고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 /SK그룹 제공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품은 ‘인재 양성’의 꿈이 담긴 비영리 공익 단체다. 최 회장이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심는다’는 뜻을 강조하며 1974년 세웠다. 당시 SK는 국내 10대 기업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파격적 장학금을 지원했다. 박사과정 등록금 전액에 생활비까지 줬지만, SK 입사 같은 의무 조항은 일절 없었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재단명(名)에도 회사 이름을 넣지 않았다. 선대 회장에 이어 재단 이사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당시 유학 비용이 아파트 한 채 값이었을 때라, 이런 유학 제도를 질투하는 직원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 프로그램 덕에 50년간 대한민국의 지성이 쌓였다”고 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해외 유학 장학생뿐 아니라 국내 우수 인재가 비용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난 2022년 제도 개편을 통해 ‘문우림(文友林)’ ‘인재림(人才林)’이라는 과정을 만들었다. 문우림은 동아시아의 고전이 가진 지혜를 현재와 미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2년간 연수 프로그램과 함께 연간 장학금 800만원을 제공한다. 동아시아 고전이나 주요 학술 저작의 원문(原文)을 함께 읽은 뒤 토론하고, 한·중·일 역사의 현장에 대한 학술 답사·탐방도 한다. 인재림 과정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 사회 가치 창출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역시 연간 장학금 800만원을 댄다. 1년간의 프로그램은 사회 각 분야 리더의 특별 강연, 협상, 자율 연구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현재까지 5000여 장학생을 지원했다. 세계 유수 대학 박사 학위자만 950여 명을 배출했다. 국내 최고 사학으로 꼽히는 고려대(염재호)와 연세대(김용학) 총장 중에도 재단 장학생 출신이 있다.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 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하버드대 교수, 천명우 예일대 교수,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종신 교수가 된 이진형 박사 등이 모두 재단 지원을 받아 공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사람”이라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경영 철학 중 하나로 삼고,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장학퀴즈 등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우수 고교생들이 출연해 지식을 겨룬 ‘장학퀴즈’ 역시 1973년부터 SK가 50년 넘게 꾸준히 후원해 온 국내 대표 퀴즈 프로그램이자 인재의 요람이었다.

이달 초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홈커밍데이에서 최태원 재단 이사장은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에서 받은 것을 돌려줘 다시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며 “지식과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이 다음 50년에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여러 인재가 자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1월 말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선대 회장의 설립 정신을 되새기며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을 열고, 학술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재단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