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말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고성능 레이더로 10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하고 이 중 20여 개를 동시 공격이 가능한 이지스함은 바다 위에서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꿈의 전함’이라고 불린다. K방산이 세종대왕함 등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춘 이지스함을 우리 고유 기술로 만들게 되면서 우리는 해양 무기 시장에 뛰어드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게 됐다.

우리 함정 제조 기술은 배를 만드는 능력에선 앞서 세계 최정상급 지위를 얻었지만 배를 만들어 무기 체계와 연계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아 왔다. 하지만 이지스함 이후 첨단 무기를 탑재한 최신 함정을 잇따라 설계하고 만들면서 방위 산업 분야 노하우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조선업 경쟁자인 중국 기업들이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해군력 강화에 나서면서 ‘K함정’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지난해 미국 CNN은 HD현대중공업이 만든 이지스함 세종대왕함과 일본 전함 등을 거론하며 “이들은 아마도 세계 최고의 군함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산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전함 생산 역량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의균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함 이후 이지스함인 서애류성룡함과 정조대왕함을 잇따라 만들었고, 현재 2척을 더 만들고 있다. 한화오션도 2008년 우리 군의 두 번째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을 만들며 경험을 쌓았다. 한화오션은 2011년과 2019년엔 인도네시아에서 총 6척의 잠수함 계약도 따냈다.

수출 성과도 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페루에 3400톤급 호위함 1척, 2200톤급 원해경비함 1척, 1500톤급 상륙함 2척 등 함정 4척을 2029년까지 공동 생산하는 계약을 따냈다. 4억6290만달러(약 6390억원) 규모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2021년 초계함 2척, 2022년 원해경비함 6척 계약을 각각 수주했다. 잠수함 분야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은 폴란드에서 최대 3조원 규모, 캐나다에서 최대 70조원 규모 수주전에 뛰어들어 일본·프랑스·스페인 등과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