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가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바라카 원전의 마지막 호기인 바라카 4호기가 지난 9월 5일 성공적으로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사진은 바라카원전 4호기 모습./한국전력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원전(原電) 시장을 두고, 한·미 양국이 원전 수출 파트너십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의 시공 및 설비 제작 능력에 미국의 외교력과 원천 기술을 더해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공략하는데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원전 수출에 손을 잡으면서, 체코 원전 등을 둘러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분쟁의 해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5일 미국 에너지부 및 국무부와 ‘한·미 원자력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가서명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공동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국 민간 원자력 협력 의지를 발판으로 향후 양국 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 경제적 기회가 창출되고 제조업 분야 일자리 수만개가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MOU는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연내 정식 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서 전력 공급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양국이 ‘팀 코러스(KORUS·Korea+US)’로 힘을 합치는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이 건설을 검토 중인 원전은 344기로 현재 건설 중인 원전(66기)과 건설 계획을 확정한 원전(87기)을 크게 웃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총 20조원 규모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 공사 설계 계약을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 웨스팅하우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진행한 사업으로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최대 10조원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원전 건설 능력과 미국의 수주 경쟁력을 결합한 사례로 향후 한·미 원전 수출 파트너십의 한 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의 ‘팀 코러스’ 결성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원전 수출 시장에서 한미가 힘을 합쳐 러시아와 중국에 맞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착공한 원전 38기 중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하지 않은 경우는 단 1기뿐이었다.

하지만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화두가 되고,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며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원전 수출시장 공략을 위해 공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우리가 앞으로 원전 수출 시장에서 러시아·중국과 맞서기 위해선 외교력이 강한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원전 인력이 고령화되고, 설비 제작 능력이 떨어지는 미국으로서도 우리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9년 20조원 규모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지난 7월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원전에 이어 세계 원전 시장에서 양국 협력을 바탕으로 조 단위 신규원전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이날 불가리아 원자력공사와 최종 계약을 맺은 현대건설도 고리 1·2호기부터 UAE 바라카 1~4호기까지 36기 중 24기 건설에 참여하며 쌓은 ‘온 타임 온 버짓 (On Time On Budget)’ 능력이 수주에 큰 바탕이 됐다.

양국 정부가 한·미 동맹에 기반해 원전 수출 통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미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 분쟁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탈락한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반독점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 현지에서 원천 기술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고 있지만, 양국 정부가 원전 수출을 위해 밀착하면서 태도 변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센터장은 “이번 MOU는 체코 원전 계약에 대한 불안감을 없앴다는 의미가 있다”며 “한·미 양국이 원전 수출 시장에서 결합하면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