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방산 업체도 해외 곳곳에 생산 기지 등을 세우며 ‘제2의 록히드마틴’ 위상을 노리고 있다. 현지 방산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 거점을 만드는 한편, 기술 이전을 통해 현지 생산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방산 수출 특성상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에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데다, 장기적으론 해당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생산 거점이 생기면 해당 국가에서 계속 계약할 가능성이 커지고, 주변 나라로 수출을 확대하기도 쉬워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월 호주 질롱시에 15만㎡(약 4만5000평) 규모의 무기 공장을 완공했다. 생산 공장은 물론 주행 시험장, 사격장까지 갖췄다. 한국 방산 업체의 첫 해외 생산 기지다. 현재 AS9(호주형 K9 자주포), AS10(호주형 K10 탄약운반차)을 생산하고 있고, 오는 2026년부턴 레드백 장갑차 양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공장을 거점으로 향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 동맹)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계약을 맺은 현대로템은 현지 방산 업체와 협업하는 형태로 현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 PGZ와 현지 생산·납품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고, PGZ 산하 방산 업체에서 K2 전차 2차 계약분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템이 기술 이전을 통해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MRO(유지·보수) 기술도 일부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 분야에선 현지 조선소와 공동 건조에 나선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와 총 6406억원 규모의 함정 4척 현지 공동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 설계와 기자재 공급, 기술 지원을 하고, 시마조선소가 최종 건조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앞으로 15년간 페루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 지위도 확보했다. 추가 함정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남미 국가는 우리나라의 조선업 역량을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식의 수출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