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사진·포스터>과 ‘밤낚시’. 코로나 이후 침체에 빠진 영화관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두 편의 제목이다. 공통점은 둘 다 기업이 만든 영화라는 것. 6일 개봉하는 ‘데드라인’은 철강 기업 포스코가 제작한 85분짜리 재난 드라마다. 지난 6월 현대차가 13분짜리 공상과학(SF) 영화 ‘밤낚시’를 공개해 화제를 모은 이후 포스코도 스크린에 진출한 것이다.

기업이 만든 영화들은 ‘돈 주고 광고 봤다’는 혹평을 듣기 십상이지만, ‘밤낚시’는 그런 편견을 깼다.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배우 손석구와 전기차 아이오닉5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특이하게도 차의 전체 모습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는다. 또 차량의 앞·뒤·옆·실내에 달린 카메라로만 촬영하는 독특한 설정과 단돈 1000원에 개봉하는 파격으로 4만6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지난 7월엔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최고편집상까지 받았다.

6일 개봉하는 ‘데드라인’은 지난 2022년 초특급 태풍 힌남노가 포항제철소를 강타한 뒤, 일주일이란 데드라인(마감 기한) 안에 제철소의 심장 ‘고로(高爐)’를 살려내는 이야기다. 포스코 측은 “당시 촬영했던 방대한 분량의 영상, 사료, 백서, 인터뷰 자료 등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공승연 등 연기파 배우를 섭외했고, 진흙 50여 톤과 전복된 자동차까지 동원해 국가 보안 시설인 제철공장 20여 곳에서 촬영했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곧 지역별 순회 상영에 들어간다.

이미 해외에선 기업들의 스크린 진출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덴마크 레고그룹이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레고무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은 지난해 아예 ‘생로랑 프로덕션’을 설립해 30분짜리 영화를 만든 것은 물론 의상까지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재계 관계자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통해 영화관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