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카운티컨벤션센터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 6일(현지 시각) 국제 유가가 안정세로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0.3달러 하락한 71.69달러, 브렌트유는 0.61달러 내린 74.92달러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데다 트럼프 후보의 친(親) 화석연료 공약이 영향을 끼치면서 이날 한때 유가는 3% 이상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존 길더프 어게인 캐피털 파트너는 “트럼프 승리로 과잉공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선거 결과에 대해 과민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산 LNG 수입 늘 듯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4년 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적으로 불었던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진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트럼프 2기가 막을 올리는 가운데 유럽에선 친환경을 주도했던 독일이 저성장에 시달리며 리더십을 잃는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도 국익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라 미국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파리협약은 물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커진다.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대부분을 트럼프 후보가 휩쓴 가운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중단됐던 셰일가스 시추와 파이프라인 건설 등도 속도를 내면서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량이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급증한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 수입을 늘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미 블룸버그도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석유·가스 확대를 검토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말로 대규모 LNG 물량 도입 계약이 끝나는 상황에서 미국산 LNG에 대한 중·단기 계약을 통해 수급난을 없앨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유는 정유사별 설비 최적화와 같은 문제가 있어 갑자기 수입처를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LNG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서 의사 결정이 용이하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석유·가스 공급을 늘리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고, 우리나라로서도 수입처가 다변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LNG수송선 건조 경쟁력이 강한 조선업, 세계적인 LNG발전과 송배전망 수요 확대 속에 가스터빈 기술력이 강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공장 조감도./뉴시스

◇자동차, 현지 생산 확대 불가피

한편, 보편관세 등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정조준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은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연산 30만대 규모 조지아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기아는 현재 5대 5 정도인 수출과 현지 생산 비중에서 현지 생산이 역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지아 공장이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700억달러(약 98조원)를 돌파하고, 올해 사상 최대 수출이 기대되는 자동차는 내년부터 감소가 우려된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을 쌍끌이하는 자동차의 타격은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내 생산의 9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GM한국사업장은 트럼프가 멕시코 자동차 수입에 고율 관세를 붙일 경우, 오히려 한국산의 수입이 늘어나는 반사 효과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이라 관세 인상을 위해선 재협상이 필요하고, 양당이 합의해 통과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보조금 축소 등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FTA 재협상에는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