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각국에선 ‘트럼프노믹스 2.0’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철강의 저가 덤핑과 시황 악화 등으로 위기에 빠졌던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이 특히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철강 관세 강화와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 리스크가 큰 수출품목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 업계는 트럼프 1기 당시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관세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됐다.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수출 최대 물량(쿼터)으로 적용받으면서 약 268만t(톤)만 수출이 가능한 상태다. 당시 일각에서는 쇠락한 동북부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유권자 지지를 위해 철강업 부흥의 일환으로 시행한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꾸준히 관련 조치의 개정 협상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우리나라 철강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새 행정부가 관세 인상과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를 추진할까봐 우려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러스트벨트’ 북부 경합주 3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것도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미국 철강 노동자들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표심이 맞물리면서 핵심 유권자로 떠올랐다. 선거 기간 해리스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철강 도시’로 불리는 피츠버그를 찾아 합동 유세를 벌였고, 트럼프도 선거 전날 피츠버그에서 막판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의 표심에 부응해 트럼프가 미국 내 철강 산업 강화에 나선다면, 쿼터가 축소되거나 관세가 오르는 등 철강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수를 진작하고 관세 장벽의 리스크가 큰 수출 품목을 관리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수출 품목들에 대한 미국 측의 무역수지 개선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측이 통상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리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