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를 매각한다. 1997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웠던 스테인리스강 생산 기지로, 한국 스테인리스강 연간 생산량(200만t)의 절반 이상인 11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철강 기업들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자 매각 작업에 나선 것이다.
7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중국 장쑤성에 있는 합작 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PZSS) 매각을 최근 결정하고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현재 이 법인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차이나가 지분 82.5%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중국 2위 철강 기업인 사강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자문사를 선정하는 단계로,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가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 매각에 나선 것은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내는 등 포스코 해외 법인 38곳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을 냈다. 현지 경기 둔화로 건설용 스테인리스강 시장 전망이 워낙 안 좋은 데다 중국 내 철강 기업의 고질적인 공급과잉으로 중장기 전망마저 밝지 않은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43개 철강 기업의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은 2821만t으로 소비(2417만t)를 웃돌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120개의 구조 개편 대상을 확정하는 등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저수익 사업 51개와 비핵심 자산 69개가 포함돼 있다. 이번 매각도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장 가운데는 장자강포항불수강이 첫 타깃이 됐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적자 해외 법인들이 추가로 매각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38개 해외 법인 가운데 적자 기업은 아르헨티나·튀르키예 등 13곳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철강 수입품에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